돌봄노동은 우리나라가 저출산고령화가 가속화 되면서 더욱 중요한 정책 이슈로 부각되고 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은 저출생 문제 해결을 위해 외국인 유학생과 이민자 가족을 돌봄 분야에 편입시키는 방안을 제안했었지요. 이에 따라 돌봄 업계에서 외국인 노동자를 가사관리사로 고용하도록 필리핀 가정관리사 배치 계획이 구체적으로 나왔습니다.
윤 대통령은 지난 4월 4일 민생토론회에서 " 내국인 가사도우미와 간병인의 임금 수준은 맞벌이 부부가 감당하기에 부담이 크다"며 국내 거주 중인 16만 3000명의 외국인 유학생과 3만 9000면의 결혼 이민자 가족분들이 가사, 육아 분야에 취업할 수 있도록 허용해 주는 것이 효과적인 방법"이라고 했습니다. 또 "그러면 가정 내(사적) 고용으로 최저임금 제한을 받지 않고, 수요 공급에 따라 유연한 시장이 형성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대통령의 발언은 근로기준법이 적용되지 않는 사각지대를 활용하여 외국인 노동자를 돌봄에 고용하는 내용이 담겨 있습니다. 이에 따라 법무부와 고용노동부가 관련 대책을 마련하고 있으며, 한국은행 역시 외국인 돌봄노동자의 최저임금을 차등 적용하자는 보고서를 발표했습니다.
이러한 정부 계획에 따라 필리핀과 우리나라가 협력하여 시범사업 세부안을 확정하고 다음주 현지에서 선발공고를 하고 가정관리사 100명을 모집할 예정이라고 합니다. 우리나라에는 8월 중순쯤 배치될 것으로 정부는 계획하고 있습니다.
필리핀 가정관리사는 한국어와 영어 능력시험, 체력검사, 건강검진(향정신성의약품 투약여부, 정신병력 포함) 등 여러 분야의 테스트를 거친 뒤 선발되어 직무 훈련을 받는다고 합니다. 한국에 입국하고 3주간의 한국 문화 교육도 받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들에게는 최저임금법이 적용되지만, 대부분의 수요는 시간제로 월 100만원 미만의 금액을 지불할 것으로 예상된다. 필리핀 가사도우미 이용 의사가 있는 수요가구들을 조사해 보니 풀타임의 종일 서비스보다는 하루에 4시간 정도의 시간제를 원하며, 일주일에도 3~4일 일하는 것을 희망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필리핀 가사관리사에게 시간당 1만 1천원을 내고 하루에 4시간, 주 4일 서비스를 이용하면, 4주악 약 70만원을 지불하면 됩니다. 가사도우미들이 여러 가구에서 일하면 월 200만원 이상도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고 합니다.
시범 사업장으로 '휴브리스'와 '대리주부'가 선정되었으며, 관리사들을 위한 기숙사도 제공할 계획이라고 합니다.
돌봄에 대한 정부의 지원방안은 이제 시작단계라서 여러가자 다양한 제안이 나오고 있지만, 아직까지는 크게 변하는 것은 아직 없는 것 같습니다. 노동부 관계자는 돌봄에 대한 서비스 가격을 시장에서 자율적으로 결정되도록 해야 하며, 사적 계약을 통한 최저임금 적용을 피하는 방식은 국제사회에서의 약속과 맞지 않다고 반발하고 있습니다.
지난 1919년 설립된 UN 산하기구 국제노동기구(ILO)는 고용과 직업에서 차별을 금지토록 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도 1991년 ILO에 가입했고, 핵심협약 중 하나가 ‘고용 및 직업상 차별대우에 관한 협약(제111호)’입니다. 우리 근로기준법 제16조에는 국적을 이유로 차별을 금지토록 돼 있고, 헌법의 평등권에도 위배된다고 볼 수 있습니다. 돌봄 근로자나 외국인이라고 차별할 수 없다는 이야기죠. 그런데 이러한 법은 '근로자'일 때 가능한 법입니다. 유학생이나 결혼이민자와 ‘사적’으로 ‘돌봄 고용계약’을 체결했다면, 이들은 지난 2022년 6월부터 우리 정부가 시행 중인 가사근로자법에 해당하는 가사근로자가 아니기 때문에 근로자로 인정받지 못합니다. ILO 협약 위반도 아니고 근로기준법 위반도 아닙니다. 그래서 우리나라에서 돌봄 서비스에 종사하는 대부분이 근로자로 인정을 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돌봄 서비스의 부족은 고령화로 인한 수요는 계속 늘어지는 것에 비해 인력은 매우 부족한 상황입니다. 또 심각한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려면 무엇보다 맞벌이 부부의 육아부담을 덜어주는 게 중요합니다. 하지만 현재 우리나라 가사 도우미와 간병인 분들의 임금 수준은 맞벌이 부부들이 감당하기에는 부담이 큽니다. 그러나 외국인 유학생을 가사, 육아 분야에 취업할 수 있도록 비자 체계를 개편해 최저임금 미만을 받는 가사근로자로 일할 수 있게 하자는 해결 방안은 정답이 아닌 것 같습니다.
한국으로 유학 온 중국인같은 유학생 다수가 한국인을 상대로 중국어 원어민 회화 강사로 일하고 있으며 최저임금보다 나은 일자라를 원하고 있습 현재 외국인 유학생들이 구할 수 있는 일자리는 얼마든지 있습니다. 대통령이 언급한 대로 한국어가 유창하다면 더더욱 일할 곳은 많죠. 대부분의 식당에서는 조선족이나 필리핀 등에서 온 사람들이 자리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식당이나 호프집에서 서빙하거나 편의점 알바도 최저임금을 보장하고 있구요. 중국, 베트남 등에서 유학온 학생들도 해당 국가 언어를 배우고자 하는 한국인들의 훌륭한 ‘원어민’ 선생님으로까지 일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외국인 유학생이 최저임금을 받을 수 있는 일자리를 마다하고 굳이 육체적, 정신적으로 힘든 가사, 육아 분야 일을 할 리가 없습니다.
필리핀 이모같은 가사도우미가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사실입니다. 가정관리사라는 이름이든, 가사도우미라는 이름이든 관계없이, 돌봄이 필요한 사람을 어떤 식으로든 지원해야 하지요. 사람이 나이들어가면서 자연스럽게 발생되는 '돌봄'이 정말 필요한 분들에게 적정한 가격으로 서비스 받을 수 있는 날을 기대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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